자네가 두려워하는것은 무엇인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중에서

2016. 5. 23. 20:05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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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은 고려 고종 때 문인 이규보(李奎報, 1168년∼1241년)의 문집(文集)으로, 이규보의 아들 이함(李涵)이 간행했다. 고구려를 세운 동명왕의 일대기를 소재로한 서사시등 고려 시대의 역사와 사회, 문화 등을 알 수 있게 하는 귀중한 책이다.


 고전을 좋아하시거나,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분은 꽤나 재미있게 볼 수 있을거라 본다.


 아래의 이야기는 살아가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입의 중요성을 느끼는 이야기중에 하나다.


 나의 입은 어떠한가?




독관 처사와 충묵 선생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두려움에 대해 논한 글중에서


처사는 이르기를,


“그러면 자네가 두려워하는 것은 과연 무엇이며, 있다는 것인가 없다는 것인가?”


하니, 선생은 이르기를,


“난들 어찌 두려움이 없을 수 있겠는가? 내가 두렵게 여기는 것은 남에게 있지 않고 바로 내게 있다네. 턱 위 코 아래에 안에는 이가 있고 겉에는 입술이 있는데 닫혔다 열렸다 하는 것이 마치 문과 흡사하다. 먹는 음식도 여기를 통하여 들어가고, 지껄이는 말도 여기로부터 나오게 되니 없어서는 안 될 것이지만 또한 두렵게 여기지 않을 수 없는 자리이다. 옛날 금함구(金緘口)란(1) 명(銘)을 거울삼을 만하고 또 원속이(垣屬耳)란(2) 시(詩)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한마디 말, 한순간 침묵이 영예와 수치의 원인이 된다. 이기(食其)가(3) 이 때문에 삶겨서 죽었고, 오피(俉被 한 고조(漢高祖) 때의 변사)도 이 때문에 사형을 당했으며, 미형(彌衡)도(4) 이 때문에 몸을 망쳤고, 관부(灌夫)도(5) 이 때문에 기시(棄示)의 형벌을 당하였다. 그러므로 성인(聖人)은 남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자기의 입을 두렵게 여겼다. 진실로 이 입만 삼가면 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뭐 어려움이 있겠는가.


지금 처사는 혀를 놀려 하는 말이 칼날처럼 날카롭고 가루처럼 쏟아져 세상길이 험난하다느니 평탄하다느니, 남의 말이 옳으니 그르니 잘도 비평하니 참으로 말을 잘한다고 할 수 있고 또한 재주도 특이하다 하겠다. 그러나 대개 입이란 몸을 망치므로 말을 잘못하면 화가 따른다. 자네가 이러고도 한 세상에 화를 면하려고 함은 마치 도망쳐 숨은 자를 북을 치면서 찾는 것과 똑같은 셈이다. 아무리 빨리 달려가 찾고자 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그런데 지금 처사는 겉으로는 두렵다 말하나 실은 두려움이 없으며 화를 싫어하면서도 화를 스스로 불러들이고 있으니 나는 적이 가소롭게 여긴다.”


하니, 처사는 이 말을 듣고 앉은 자리를 조금 물러나 한참 머뭇거리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낯빛을 고치고 말하기를,

“내가 불초하긴 해도 지금 선생의 가르침을 들으니 환히 깨닫는 마음이 마치 멀었던 눈을 뜨고 밝은 햇빛을 본 것과 같다.”

하였다.




 (1) 금함구(金緘口),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는 비유. 《공자가어(孔子家語)》관주(觀周)에 “후직(后稷)의 사당 앞에 금으로 만든 인형이 있는데 입을 세 군데나 꿰매었고 그 등에 새겨진 명(銘)이 있는데 ‘옛날 말을 삼간 사람이다.’ 했다.” 하였다.


 (2) 원속이(垣屬耳) : 남의 말을 엿듣는다는 비유.《시경(詩經)》 소아(小雅) 소반(小弁)에 “군자(君子)는 말을 경솔히 하지 말라. 저 담에도 귀가 있다.” 하였다.


 (3) 이기(食其) : 한 고조(漢高祖) 때 변사(辯士) 역이기(酈食其). 제(齊)를 달래어 70여 성(城)을 항복하게 했는데, 한신(韓信)이 제 나라를 치자 제왕은 역이기가 자기를 속였다 하여 끓는 물에 삶아죽였다.


 (4) 미형(彌衡) : 동한(東漢) 평원인(平原人)으로 글재주가 있었으나 성격이 강하고 오만하였다. 공융(孔融)이 그를 조조(曹操)에게 천거했는데 조조가 그를 보고자 하였을 때 병을 핑계하여 나아가지 않았다. 그 뒤 재주를 믿고 방자하여 조조를 모욕하고 쫓겨나 황조(黃祖)에게 의지하여 앵무부(鸚鵡賦)를 지어 칭찬도 받았으나 끝내 황조의 비위에 거슬려 피살(被殺)되었다.


 (5) 관부(灌夫) : 한대(漢代)의 무장(武將)으로 무제(武帝) 때 아버지 관맹(灌孟)을 따라 오(吳) 나라를 쳐 용맹을 떨쳤으나 뒤에 실세(失勢)한 두영(竇嬰)과 날마다 교유했으며, 사람됨이 호협하고 강직하며 술주정을 잘했다. 뒤에 승상 전분(田蚡)의 좌석에서 주정을 부려 좌중을 욕보이자 전분이 노하여 그의 전 가족을 처형하였다.




 출처 :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번역서, 주석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전집 41권, 후집 12권으로 구성되어있다.

 볼수 있는곳 : 한국고전종합DB(링크제거, 한국문집총간에서 찾으면 빠르게 볼 수 있음)를 통해 볼 수 있다.


 한국고전번역원은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비롯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고전문학등 원문과 번역본이 꽤 충실히 기록되어 있으니 사극에서만 보던 출처나 고문의 출처로 사용되었던 책들을 주의깊게 살펴볼 기회가 될 수 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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